오늘은 집 앞에 나와 동네를 한 바퀴 돌며 산책했어요. 날씨가 아주 맑아서 그런지 발걸음이 가벼웠어요. 바람은 서늘했지만, 햇살은 따뜻하게 내려와서 기분이 참 좋더라고요. 조금 걷다 보니 그동안 몰랐던 작은 변화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왔어요. 어쩌면 매일 지나치던 길이지만, 오랜만에 느긋하게 걸으니 새롭게 보이는 풍경들이 참 많았어요.
골목길에 들어서니 담장을 따라 나팔꽃이 한창 피어 있었어요. 아침 햇살을 받아 선명하게 빛나는 보랏빛 꽃잎이 마치 활짝 웃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. 지나가던 길고양이 한 마리도 눈에 띄었어요. 경계하듯 저를 힐끗 보더니 금세 털을 고르며 태연히 지나가더라고요. 덩달아 미소가 지어졌어요. 이렇게 소소한 것들이 작은 행복이 되어준다는 게, 신기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어요.
조금 더 걷다 보니 언제나 활기가 넘치는 동네 빵집 앞에 도착했어요. 아침부터 막 구운 빵 냄새가 골목을 가득 채우고 있었어요. 고소한 냄새가 배고픔을 자극했지만, 오늘은 그냥 지나치기로 했어요. 빵집 옆 작은 카페도 슬쩍 들여다보니 아침부터 일하는 직원들이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. 왠지 동네 사람들과 그 풍경 자체가 어울리는 장면 같아서 따뜻한 마음이 들었어요.
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어렸을 때 자주 놀던 놀이터를 지나쳤어요. 예전엔 그렇게 커 보이던 미끄럼틀이 지금 보니 아주 작게만 느껴졌어요. 그때는 온 세상이 이 동네 안에 다 있는 줄 알았는데, 지금 생각해보면 참 귀여운 생각이었네요. 오늘 동네 산책 덕분에, 평소 지나치던 길이 얼마나 많은 추억을 품고 있는지 새삼 느끼게 되었어요.